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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모델 하우스 투자 계약 강요 당해본 썰

by 킴앤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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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많이 줄어들었지만, 평소 같으면 번화가 길거리에서 모델하우스를 홍보하는 아주머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곽 휴지가 가득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손에 쥐어주며 구경만 하고 가라는 말을 반복하신다. 실적을 채우지 못한 듯한 아주머니의 애절한 눈빛에 못 이겨 모델하우스 홍보장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사실상 강요의 시작이다.

눈 빛이 흔들렸던 안내 데스크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약속을 마치고 서울 강남 길을 지나가던 어느 날, 퇴근 시간이 다다랗는지 다급한 목소리의 아주머니의 애절한 부탁을 못 이기고 어느 모델하우스 홍보매장으로 들어갔다. 손에 들린 휴지 꾸러미를 보고 '이번엔 너구나'하는 표정을 짓던 안내 데스크 직원은, 내 얼굴을 보고 눈 빛이 흔들렸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내 모습이 부동산을 계약하기에는 너무 어려 보였던 것.

어딘가 찝찝해 보이는 안내 직원의 눈빛을 보고서도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던 나는 연락처를 적어두고서 가라는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금새 마흔 안팎의 영업맨이 나타나 설득을 시작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안 느껴지는 매물의 특징.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영업맨이 점차 초조해한다. A타입, B타입, C타입 모델이 남았는데 이제 남은 게 얼마 없다며, A타입 모델은 다 나갔고, B타입 모델도 몇 없다며 계약을 부추긴다.

지가 좋은거 다 가져감

그래도 시큰둥하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계약서 4장을 보여준다. 이 계약이 정말 매력적이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영업맨의 계약서 4장은 모두 가장 매력적인 A타입이었다. '아저씨가 좋은 거 다 가져갔잖아요'라는 말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참아내는 데 성공하고 다시 에둘러 거절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아저씨는 부모님과 함께 인근에 드라이브를 가서 직접 구경하고, 회도 먹고 하자고 유혹한다. 중년 아저씨의 최악의 수에 학을 뗀 나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카같아서 그래

자리에서 일어서는 나를 붙잡고 드라이브 얘기를 다시 꺼내며 지금이 정녕 21세기인가 의심케 하는 표현을 하고 만다. '아니 내가 진짜 조카 같아서 그래~' 영업맨이 꺼내 든 가족카드에 강요의 끝을 느낀 나는 애절한 표정을 뿌리치고 건물을 나섰다. 입장할 때 적어냈던 연락처 때문에 며칠 동안 연락에 시달린 것은 덤.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실 그 자리에는 나말고도 다른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은 중간에 계약을 결정짓고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아니 박수라니? 여기 애플스토어인가? 박수를 받는 여성은 어쩔 줄 몰라하며 수차례 허리 숙여 인사하고 뒷걸음질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나는 느꼈다. '아, 저 사람은 당했구나. 손뼉 치는 이 사람들은 다 바람잡이구나' 그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바람잡이였다. 증거는 없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계약 소식에 마치 유료 방청객처럼 환호하는 모습에. 악의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간을 잃고 휴지를 얻다

한 시간 넘게 계약을 강요당한 나에게 남은 것은 곽휴지 4개. 그리고 괜히 부러진 내 충전기 케이블이었다. 만약 길거리에서 모델 하우스를 홍보하는 아주머니들을 봽게되면, 마음이 아프더라도 외면하자. 나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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