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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당연하다는 건 뭘까

by 킴앤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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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KBS에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안녕하세요는 일반인 사연자의 고민을 받아, 고민을 하게 만든 당사자를 객석에 앉혀두고 사연자에게 어떤 고민이 있고 객석의 상대방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들어보면서 패널로 출연한 연예인들과 함께 고민을 풀어나간다. 

 

 2018년 5월경 방송된 회차에서는 중학생 딸의 탈선이 고민이라는 사연자가 등장했고 객석에는 사연자의 딸이 나와있었다. 사연자였던 엄마는 딸의 술, 담배, 화장 등의 고민을 자리에서 풀어놨고 주변 패널들과 객석의 방청객들은 당연하게도 탄식과 걱정의 목소리를 내었다. MC였던 개그맨 김태균이 사연자의 딸에게 담배를 왜 피우게 되었냐는 질문을 하자, 딸은 이유를 설명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청소년이 담배를 왜 피우면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장내는 술렁였다. 청소년은 당연히 담배를 피울 수 없는데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니? 방청객들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쟤를 어쩌면 좋냐는 듯한 웅성임이 들려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딸을 혼내고 타일렀어야 할 연예인 패널들은 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법이 그러니까... 법이 그렇게 되어있으니까...라고만 말했다. 누구도 법 이외의 설득력 있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상에서는 어영부영 넘어갔지만, 나에게는 당연한 것을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당연하다는 건 뭘까?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것? 그건 당연할까? 아침식사를 거르면 몸에 좋지 않다는건 당연한 걸까? 우주에 지구인말고 외계인이 반드시 살고 있을 것이라거나,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거나, 지구는 둥글다거나. 이런 것들은 정말 모두 당연한 걸까?

 

당연하긴 하다.

 

 그렇다. 모두 당연하다. 적어도 외계인을 만날 수는 없을지도, 아니 외계인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얻는 것도 언제가 될지 단언할 수 없지만 현재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당연하다는 것에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그건 당연한 걸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것이 왜 당연한지 생각도 한번 해보지 않았으면서, 검색 한 번 해보지 않았으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을 왜 묻냐며 멸시하거나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저 유명한 사람이 유명한 곳에 나와서, 혹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더라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면서. 그걸 앵무새처럼 결론만 되풀이할 뿐이면서.

 

한 번만 생각해보자.

 

 청소년에게 담배를 피우면 좋지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법이 그렇다는 것은 둘째치자(심지어 그런 법은 없다.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고, 청소년이 술, 담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해져있지 않다). 흡연하는 청소년이 흡연만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뚜렷한 꿈을 가지고있을 확률은 높지 않기때문에 해당 학생의 환경이나 그러한 학생이 겪을 미래 등에 대해서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는 것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조금만 적극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 당연한 것들이 왜 당연한지, 당연하지 않은지, 혹은 그 분야에 대해 사실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라도 깨닫게 될 것이다. 주식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면서 주식으로 1억을 만드는 법은 2억을 투자하는 것이다라는 조롱 섞인 말을 하는,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개나소나 주식을 한다며 비난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할 것이다. 아무생각 없이 남들이랑 같이 나란히 서서 손가락질하는 것이 가장 쉽다. 거기서 벗어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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