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가이 속 러브라인의 존재 의미(스포 O, 영화에 쿠키 X)

8월 11일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영화 '프리 가이'가 개봉했다. 어딘지 미지근한 제목에 '킬러의 보디가드 2'가 극장에서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나타난 라이언 레이놀즈의 모습에 '또 그런 연기 하겠거니'라는 생각에 별다른 기대감을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개봉 1주일을 넘기면서 입소문을 탄 '프리 가이'는, '이 시국'속에서도 어느새 관객수 20만을 돌파했다. 현실로 다가온 가상현실의 개념과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는 듯 오마주가 가득한 연출로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팬들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다. 언뜻 A.I에게 동정심을 가져야 한다는 듯한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러브라인에 A.I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의미를 전한다. 아, 쿠키는 없다.

프리가이-포스터

가상현실보다는 현재의 온라인 게임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속에서 NPC(non player character)로 등장한다. 메타버스가 화제에 오르면서 한 발 앞으로 다가온 '가상현실'이 펼쳐지는 듯한 영화 속 게임 '프리시티'는, 한창 거론되던 '가상현실' 보다는 현재의 온라인 게임과 유사한 모양새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도 게임 스트리머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뭐 지금의 온라인 게임도 사실 가상현실의 일종이긴 하지만.

A.I 자아획득의명분, 그리고 러브라인

'프리 가이'속에서 주인공 '가이'역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실존하는 사람이 아니다. 게임 속에서 유저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는 '배경 인물'이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 '밀리(조디 코머)'를 만나며 자아를 획득한 '가이'는, 점차 우리가 꿈꾸는 인공지능(A.I)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가이'와 '밀리' 사이에 생성되는 듯했던 러브라인은 후반부 밀리의 동료 프로그래머인 '키스'에게 옮겨간다.

러브라인의 존재가 뜬금없다고 느끼거나 한국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후반부 '억지 눈물', '신파' 정도로 생각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러브라인은 디즈니가 관객들에게 '가상현실'에 대한 취향을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현실에 있음을 표현하는 아주 효과적인 장치라고 생각한다. 러브라인은 아무 생각없던 '가이'에게 인간 수준의 알고리즘을 갖게 하는 기폭제이면서도, 그 기폭제 역시 '가상'현실보다 '현실'에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그 가상을 만들어낸 '진짜' 현실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기능을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코믹한 캐릭터와 다르지 않지만, 이번 '프리 가이'에서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아주 재밌게 볼 수 있을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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