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국가대표 김연경이 은퇴를 선언했다. 여자배구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배구대표팀의 주장 김연경은 2005년 국가대표로 데뷔해 16년간 여자 배구 대표팀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에서 데뷔하며 남녀 배구를 통틀어 한국 최초로 해외리그에 진출한 김연경은 일본 JT마블러스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페네르바체에서 무려 6년간 에이스로 활약했고, 동일 터키리그의 엑자시바시,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등의 팀을 거쳤다. 김연경이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것은 김연경 개인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다. 오랫동안 고생한 김연경에게는 휴식이, 여자 배구 대표팀에게는 김연경 없이 싸우는 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너무 높았던 김연경 의존도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에게 고질적으로 지적되던 것은 역시 에이스 김연경에 대한 높은 의존도였다. '몰빵배구'라는 말은 피지컬이 무엇보다 중요한 배구계에서 남녀를 막론하고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지만, 김연경이 주장을 맡은 여자배구대표팀에서는 늘 따라붙는 수식어였다. 김연경의 컨디션에 따라 대회의 성적이 좌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기사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이 못하는 게 아니라, 김연경이 너무 독보적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 대표팀 주장 조던 라르손, 브라질 대표팀 주장 나탈리아 페레이라와 함께 활약했던 세계 최고 배구리그 페네르바체에서조차 에이스로 존재했다. 그런 김연경을 보유한 한국은 당연하게도 김연경에게 높은 의존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기사 아르헨티나 축구에 좋은 공격수가 없어서 메시한테 의존하겠나. 압도적으로 잘하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거다.
김연경 없이 살아남기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라고 하면 국가대표는 축구, 프로리그는 최근 그야말로 나락에 빠진 야구를 꼽는다. 이영표와 박찬호가 출연하는 '축구말구야구'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김연경이 세계무대와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하고 특히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2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대표팀은 물론 V리그까지 대단히 인기가 높아졌다. 김연경이 배구 자체의 인기를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흥국생명에서도, 대표팀에서도 김연경을 다시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선수에서 은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팀 소속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어쩌면 김연경의 '도쿄올림픽 라스트 댄스'는 오히려 좋은 변화의 최적기일지도 모른다. 2024 파리 올림픽은 불과 3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아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가 펼쳐진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2024년 파리 올림픽은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메달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난 3번의 대회에서 두 번이나 4위를 기록한 여자배구 대표팀이 김연경 없이 그와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려면 김연경 없이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그 첫 발을 뗄 최고의 무대다. 항저우에서 새로운 감독, 새로운 에이스와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획득도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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