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노메달 여파에 이어 키움 송우현의 음주운전, 기아 브룩스의 대마초 구입에 의한 퇴출, 두산의 도핑 적발 논란까지 터지면서 프로야구(KBO) 판은 그야말로 초상집이 됐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논란은 도쿄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강백호가 보여준 '껌 씹기'였다. 누군가는 국가대표로서의 태도 논란을 지적했고, 누군가는 강백호는 그런 선수가 아니라며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렇다. 강백호는 '그런 선수'도 아니고, 팬들이 프로야구에 실망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 아니다. 팬들은 프로야구의 거듭되는 문제에도 변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 것이 이번 계기를 통해 터진 것뿐이다.
점점 더 떨어지는 수준
야구 팬들뿐만 아니라 중계진, 코치진에서까지 부각되는 프로야구 수준 저하는 해를 거듭하며 점점 더 큰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 대체로 150km를 던지지 못하는데도 파이어볼러라고 불리는 투수, 그걸 치지 못하는 타자, 겨우 쳐낸 평범한 플라이를 잡지 못하거나 잡고도 더그아웃으로 송구하는 야수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팬들은 떨어진 수준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프로팀의 수를 너무 늘렸다거나, 고교야구의 수가 점차 줄어든다는 얘기는 더 이상 이유로 받아 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팬서비스
프로스포츠는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은 굉장히 상투적이지만, 그만큼 당연하다. 팬들한테 사인을 너무 많이 해주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했다가 해마다 사과를 해야했던 국민타자 이승엽, 주차장에서 몰려드는 팬들을 외면하던 기아의 김선빈 등 거론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팬서비스에 관한 논란은 해를 거듭하며 쏟아져왔다. 그나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리두기가 당연해진 점이 이 이야기를 들어가게 해 준 좋은 핑계가 된 듯하다.
승부조작
전 세계 스포츠에 만연해있는 승부조작은 우리나라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사례가 있는 곳이 바로 프로야구다. NC 소속이었던 이태양, 한화 소속이었던 유창식, LG 소속이었던 박현준, 그리고 가장 최근 삼성의 윤성환 등 수없이 많은 승부조작의 사례는, 주로 제구 불안의 문제가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한 프로야구 투수들에게서 주로 등장한다. 금지 약물과 함께 프로 스포츠 최악의 문제로 꼽히는 승부조작이 수차례 발생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는 야구팬들을 거듭 실망시켰다.
약물 전력 골든 글러브
두산 베어스 소속의 외야수 김재환은 2011년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차기 시즌 징계를 받게 된다. 징계내용은 고작 10경기. 징계 이후 훈련 금지라는 팀 내 징계마저 4개월 만에 철회된 뒤 인터뷰에서 발언한 '봉인해제'는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이다. 2016년 성적이 급상승하면서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김재환은 지난 약물 전력과 이후 발언이 다시 회자되었고, 해당 수상 결과를 통해 KBO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
스포츠 부정적 이미지의 근본, 야구
영화 '극한직업' 종반부에 보면, 수원 왕갈비 통닭으로 위장해 잠복수사를 진행하던 주연 캐릭터들의 설명이 등장한다. 개중에 야구부출신 '김재훈' 역할을 맡았던 공명에 대한 설명은 이거다. '대한민국에서 연장 쓰는 스포츠가 겁나 슬픈 게, 맷집이 늘어서 나와요.' 과거 학교 체벌을 대표하던 '빠따'는 스포츠를 넘어 모든 분야에 걸쳐 두루 사용되어왔다. 선생님이나 군대 등의 지휘자 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야구에서 보여주는 타자들의 '스윙'을 체벌에 사용해왔다. 야구에 대한 개인들의 부정적 이미지는 그때부터 시작되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끝이 아니다
여기 언급된 문제 이외에도 프로야구에서 발생한 신뢰를 깨트릴만한 문제는 수없이 많다. 초유의 리그 중단을 불러온 NC의 강남 호텔 술 파티나 음주운전, 학교폭력 등 매년 최신 버전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브룩스의 대마초 구입 시도는 문제 같지도 않을 지경이다. 심지어 올해는 그 모든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상 최악의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강백호의 껌 때문에 화난 것이 아니다. 차곡차곡 스스로 쌓아온 업보가 리그 중단, 노메달, 껌을 계기로 터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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