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중국행이 틀리지 않았던 이유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는 프로 데뷔 3년 만에 유럽 페네르바체에 입단해 자신의 기량을 맘껏 드러내고 있다. k리그 최고 전력의 팀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에서 2017년 데뷔와 함께 주전으로 기용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김민재는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특례까지 일찌감찌 해결했다. 승승장구하던 김민재는 2018 시즌 종료 직후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할 때 어린 나이에 돈을 좇는다며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적 후 2년 반이 지난 현재 김민재는 자신의 훌륭한 경쟁력을 유럽에 가자마자 몸소 보여주고 있고, 중국으로 향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던 이유를 네 가지 이유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베이징 시절 김민재/김민재 인스타그램

스타들을 쓸어담던 중국

김민재가 중국에 진출할 때만 해도 중국 슈퍼리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와 함께 돈을 쏟아붓던 시기였다. 중국 내 대기업들을 앞세워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들을 쏟아내며 세계 각국의 스타 선수와 감독들을 영입했다. 엘케손과 같은 브라질 선수들은 현재 중국에 귀화하며 중국 국가대표가 되었을 정도다. 김민재 역시 그 '스타들' 중 한 명이었다. 연봉 40억 원에 4년 계약(최근에 3+1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 16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계약규모는 당시 프로로 2 시즌만을 보낸 어린 선수일 뿐이었던 김민재가 얼마나 실력을 인정받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자연스럽게 시선 집중

중국 슈퍼리그가 돈으로 선수와 감독을 쓸어담던 이 시기는, 김민재에게 부와 관심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마르첼로 리피, 라파엘 베니테즈, 파비오 칸나바로 등 유럽에서도 명성이 두터운 감독들이 두루 영입되고, 유럽과 브라질 국가대표로 이름값이 높은 오스카와 헐크, 펠라이니, 이탈리아의 펠레, 카를로스 테베즈 등이 중국팀으로 이적하면서 유럽의 시선이 중국 슈퍼리그로 꽂히기 시작했다. 스타들 대부분이 공격수로 이루어지면서 그들을 막아내야 했던 김민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마디로 멍석이 제대로 깔린 셈이었다.

 

직접 본 감독들의 선택

현재 김민재가 입단한 페네르바체의 감독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의 감독을 지냈던 비토르 페레이라였다. 정확히 김민재의 베이징 궈안 활약 시기와 겹친다. 우승경쟁을 하는 빅클럽이었던 상하이 선화와 베이징 궈안은 서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경쟁상대였고, 상하이의 비토르 페레이라는 베이징의 김민재를 자세히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비토르 페레이라는 상하이를 떠나 페네르바체에 복귀하면서도 김민재를 기억했고, fc포르투, 갈라타사라이와 연결되던 김민재를 뒤늦게 영입 경쟁에 참여하면서도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김민재를 직접 지도해본 페레이라와 같은 포르투갈 국적의 파울루 벤투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추천 역시 김민재의 능력을 신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돈을 이미 많이 벌어버림

김민재는 페네르바체와 계약하며 200만 유로(약 27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궈안시절의 연봉인 350만 유로보다 무려 150만 유로에 가까운 금액을 삭감하면서도 김민재가 페네르바체와 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높은 금액의 연봉을 수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만 유로 역시 아직 유럽과 월드컵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시아의 젊은 수비수에게 제안하기에는 높은 금액이지만, 처음부터 높은 연봉에서 협상을 시작했다는 점, 유럽 첫 진출 치고는 좋은 제안이라는 점에서 김민재 역시 큰 부담 없이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결론

베이징 이적 당시 왓포드의 영입 의사 타진 등이 알려지면서 유럽 제안을 무시하고 중국으로 돈이나 벌러간다는 비난을 받았던 김민재의 선택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을 상대하고 명장들과 경쟁하는 기회를 만들었고, 결과론적으로 김민재의 경쟁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주게 되었다. 유럽 첫 진출 시기부터 수비진 한 자리를 꿰찬 김민재는 다시 한번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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