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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월드컵 국가대표에 조규성은 되고 주민규는 안되는 이유

by 킴앤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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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의 9월 2연전 명단이 발표됐다. 부상 소식이 전해진 손흥민이 포함되어 축구팬들의 우려가 들려오는 가운데 황의조의 백업 스트라이커로 김천 상무 소속 조규성이 깜짝 선발되며 화제에 올랐다. 반면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k리그 1 득점 1위에 올라있는 스트라이커 주민규는 이번에도 국가대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뽑는 선수만 뽑는다'라는 오명이 따르기도 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조규성을 선발한 이유는, 또 주민규는 선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같은 선수'만 뽑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유형'의 선수만 뽑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조규성-주민규사진
조규성-주민구/김천상무-제주유나이티드 인스타그램

벤투의 확고한 플랜A

축구 감독에는 활용할 수 있는 선수 중에 최적의 조합을 찾아 전술을 적용하는 유형의 감독이 있고,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기반으로 그에 맞는 선수를 발탁하여 활용하는 유형의 감독이 있다. A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철저한 후자의 유형이다. 공의 점유를 바탕으로 패스 플레이를 중요시하는 전술의 벤투는 부임 초기부터 많은 활동량과 준수한 패스 능력의 선수들을 주로 선발해왔다. 그중에는 이번에도 선발된 fc서울의 나상호와 루빈 카잔의 황인범이 있다.

이 두 선수는 '벤투의 황태자'라고 불릴 정도로 부진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선발됐고,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실력으로 선발 이유를 인정받고 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왕성한 활동량과 준수한 패스 플레이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국가대표로 거론되는 선수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특징이 정말 강력하지 않는 이상, 벤투 감독은 자신의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위주로 선수를 선발한다. 심지어는 공을 손으로 막는 골키퍼도 발을 더 잘 쓰는 김승규를 주전으로 기용했을정도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최근 조현우가 적지 않은 기회를 얻고 있다. 벤투의 철학을 깨고 한 자리를 차지하려면, 조현우만큼 해야 한다. 주민규가 만약 필리포 인자기만큼 결정력이 압도적이었다면 활동량이나 패스 능력이 부족해도 선발됐을 것이다.

때문에 부득이하게도 '맨날 같은 선수만 뽑는다'는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정말 예상치 못한 '깜짝 발탁'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이번 선발에서는 조규성이었던 것이다. 조규성은 황의조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활동량이 많고, 제공권도 뛰어나다. 원톱 역할에게 기대되는 포스트 플레이는 특징으로 꼽히지 않지만, 벤투는 스트라이커에게 그 역할을 우선적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주민규가 조규성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조규성이 더 벤투 축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플랜 B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축구에서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의 변수가 늘 발생한다. 리그 경기보다 기회가 적은 대표팀에서 플랜 A를 정상 가동할 수 없을 때 플랜 A-를 선택하고 있다.

박주영으로 증명했던 홍명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크게 실패한 홍명보 감독이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배한 이후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하자 kbs 해설위원이었던 이영표는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입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은 당시 스트라이커로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던 박주영을 기용했고,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홍명보가 박주영을 고집했던 이유는 자신의 전술에 박주영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월드컵에 앞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 차례 '증명'했기 때문이다. 홍명보호의 박주영과 벤투호의 조규성은 그 입지가 아주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만약 황의조가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할지라도 벤투는 황의조를 선발했을 것이다.

우리보다 벤투가 더 간절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국가대표 출신으로 월드컵 대표까지 지낸 훌륭한 선수였고, 크리스티아노 X날두와 함께 유로 2012에 출전해 4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의 실적이 유럽에서 눈에 띌 만큼 훌륭하지는 못했다. 그리스에서는 명문 올림피아코스를 이끌고 리그 우승을 기록했지만, 한국 대표팀 직전에 부임했던 중국 슈퍼리그 충칭에서는 중도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기도 했다. 1969년생 만 52세의 벤투 감독이 유럽에서 제반 등을 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실적이 필요하다. 때문에 유럽 구단들의 제의를 뒤로하고 세계적 관심이 주목되는 월드컵을 선택했고,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의 강호 한국에 부임했다. 축구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냥 때 돼서 경기를 볼뿐인 우리들보다 어쩌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성공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벤투다. 우리는 벤투의 철학 혹은 고집을 바라보며 좋은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길 바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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